"인생의 주인공은 나" 트로트 가수 알고보니…투잡 뛰는 회장님 [민지혜의 알토란 中企]

입력 2024-03-13 11:32   수정 2024-03-13 17:37


70세를 맞아 음반을 낸 김명환 덕신하우징 회장은 가수협회에 등록된 공식 '가수'다. 트로트 장르의 노래 '두 번째 인생'에서 그는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사 산전수전 겪으며 여기 왔네 잘했다 정말 수고 많았다"고 노래한다. "두 번째 인생 드라마 속 내 인생 바로 내가 주인공인 거야"라며 그의 두 번째 인생을 활짝 열었다.

사실 그의 본업은 건축용 자재인 데코 플레이트 제조사인 '덕신하우징의 창업주'다.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곤 있지만 지금도 회장 자리에서 중요한 결정도 하고 실무도 챙겨본다.

"건설업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시장인 일본을 뚫는 데 13년이 걸렸어요. 이제 튀르키예에 진출하고 80세까진 '1조클럽' 가입해야죠."

지붕의 바닥재인 데크플레이트 국내 1위 업체인 덕신하우징을 1980년 창업한 김명환 회장은 올해 73세다. 2014년 회사를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킨 김 회장은 지난 7일 서울 신월동 덕신빌딩에서 만나 "마지막 경영 목표는 80세 전에 매출 1조원대 회사로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크플레이트는 일반 사무실 건물, 대형 고층건물, 교량, 창고, 물류센터, 공장 등을 지을 때 H빔 위에 첫 번째로 설치하는 바닥재료다. 철골과 철골 사이에 시공돼 바닥을 편평하게 해주는데, 콘크리트를 이 안에 부어 바닥거푸집 역할을 하게 해주는 금속 건자재다.

주력 제품은 탈형 데크플레이트, 단열재 일체형 데크플레이트, 폼데크 등이다. 이 회사는 탈형 데크플레이트, 단열재 일체형 데크플레이트와 통상적으로 판매되는 일체형 데크플레이트까지 전체 라인업을 모두 갖추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탈형 데크플레이트는 거푸집 용도로 쓰이는 아연도금 강판을 콘크리트 경화 후 떼어내도록 설계해 누수위치 등을 쉽게 파악하게 만든 제품이다.


지난해 몇몇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무량판 구조의 천장이 무너진 것도 이런 데크플레이트를 쓰지 않아서다. 김 회장은 "건자재 하중을 고려해 지붕의 바닥재를 탄탄하게 깔아야 한다"며 "내구성이 뛰어나고 외관상 깔끔한 것은 물론 건설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게 데크플레이트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무량판 구조여도 실제 철빔을 설계대로 심으면 문제가 없지만 여러 곳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전을 위해서라도 데크플레이트를 설치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180억원, 영업이익은 289억원이었다. 아직 1조원까진 갈 길이 멀지만 이 매출은 전년(2016억원)보다 8.2%, 이익은 전년(201억원)보다 43.3% 증가한 수치다. 건설경기가 부진한데도 어떻게 성장했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약속을 꼭 지키고 남들보다 한 발 더 뛴 결과"라고 했다. 예전부터 공사기일을 반드시 지켜 오랜 기간 업계에서 신뢰를 쌓아왔다는 것. 그는 "경기 지표가 안 좋다, 이자가 비싸다 그런 건 남에게 탓을 돌리는 격"이라며 "우리는 토요일도 반납하고 비상근무하는 등 남들보다 한 발짝 더 뛰었고 그게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부터 줄곧 '국내 1위 데크플레이트'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덕신하우징의 숙제는 해외시장 확대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이 회사의 국내 매출 비중은 96.5%로 대부분을 차지해서다. 김 회장은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공장을 지을 때 같이 나가서 현지 공장을 짓고 데크플레이트를 납품해왔다"며 "무게와 부피 때문에 현지 조달이 돼야만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3년 전 일본, 8년 전 베트남 시장 문을 두드렸고 올해는 튀르키예에 첫 진출하려고 직원들을 파견했다"며 "해외 공장이 완공되면 해외매출 비중이 국내보다 훨씬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특허도 확보해놨다. 데크플레이트용 단열재고정구 및 이를 이용한 단열재 설치방법, 탈형 데크플레이용 스페이서 결합구조, 철근 부착형 거푸집 등 국내 특허 49건, 국제특허 8건을 취득했다. 특히 특허에 민감한 일본에서는 2013년 탈형데크와 탈형데크용 스페이서 특허를 취득해놨다. 중국, 베트남, 호주 등에도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10층짜리 호텔 한 동을 짓는 사업장에 처음으로 제품을 판매했다. 김 회장은 "연내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이 완공되면 미국 판매도 본격화될 것"이라며 "80세에 1조클럽 가입하려면 바삐 가야 한다"며 웃었다.

그는 아이들이 무성하게 자라도록 도와주기 위해 사재로 '무봉(茂奉)장학재단'을 세웠다. 가수로 활동하면서 벌게 된 돈도 재단으로 들어간다. 김 회장은 "가수로 벌어들인 수익, 내가 받은 월급 등으로 재단을 설립한 것"이라며 "건설학과 대학생들에게 안전교육도 해주고 장학금(150명에 총 3억원)도 주고는 있지만 더 많이 줘서 마음 놓고 공부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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